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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방식 디지털 치료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치료 방안으로 주목
비대면 방식 디지털 치료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치료 방안으로 주목
  • 나지영 기자
  • 승인 2020.05.22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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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앱, 게임, 가상현실 활용 디지털 치료제 개발 확대
건강관리 아닌 질병 관리와 치료 부분에 집중
의료기기산업 육성과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시행으로 규제 완화 기대

[바이오타임즈]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의료 체계의 디지털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대면 방식의 전통적인 치료법보다 비대면 방식의 디지털 치료법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국내외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게임, 가상현실 등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치료제, 미국 중심으로 시장 형성

지난 2017년,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디지털 치료제를 “전통적인 치료제를 보완하거나(Complement) 대체하는(Replacement) 질병 예방, 관리 및 치료 목적의 디지털 기기” 라고 정의했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이하 FDA)이 디지털 치료제를 허가하면서 업계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한 유망 신산업의 범주, 유형 등 개념 정립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근거 기반 치료효과(outcome-based therapeutical intervention)를 중심으로 임상시험(clinical test)을 시행하고 치료 효과 검증(clinical validation), FDA 허가, 의사 처방, 그리고 보험 적용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전통적인 치료제인 의약품과 같다. 그러나 디지털 치료제만의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전통적 치료제와 달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제공되어 물리적 제형이 다르며, 독성과 부작용이 거의 없고,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복제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단가가 낮다. 

특히 디지털 치료제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웰니스 또는 질병 관리 목적의 의료용 애플리케이션과는 다르다. 디지털 치료제는 임상시험을 거치고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인증한 ‘치료제’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기에 포함된다.

지난 2017년, 미국 FDA는 약물중독 치료 애플리케이션인 ‘리셋(reset)’을 디지털 치료제로 허가했다. 이후 현재까지 마약사용 장애 관리, 조현병 치료, 암 치료, 우울증 관리 등 다양한 목적의 디지털 치료제가 등장하고 있다.

국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디지털 치료제를 허가하거나 심사 중인 사례는 아직 없다. 하지만 가상현실 기반의 뇌 손상 시야 장애 치료 프로그램 ‘뉴냅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확증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았으며, 웰트는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에 착수해 주목받은 바 있다. 또한, 지난 2019년 11월 강남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가상현실 플래그십 프로젝트 성과발표 심포지엄’에서는 집에서도 체험 가능한 가상현실 기반의 주의력 장애 치료 콘텐츠가 공개되기도 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활용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디지털 치료제는 건강 관련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시판 후 조사(Post Market Surveillance)를 통해 제한된 기간 동안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며 데이터를 수집해 위험관리를 하는 전통적인 의약품과는 달리,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건강 관련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것이다.

축적된 데이터는 인공지능 등 신기술에 활용되며, 치료 고도화를 이뤄낼 수 있다. 특히, 데이터의 지속적인 축적은 오랜 관리가 필요한 암 등 중증환자의 치료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

그동안 미밴드나 핏빗 등 피트니스 트래커와 식이 및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등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웰니스 관리(wellness management) 애플리케이션 비중은 2015년 기준 75%에서 2017년 기준 73%로 감소했지만, 복약관리나 특정 질환 치료 목적의 애플리케이션 비중은 같은 기간에 27%에서 40%로 크게 늘었다. 웰니스 관리 애플리케이션 관련 업체들은 그동안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사용이 이뤄지지 않아 판매를 확대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단순 생체신호 측정이나 건강관리 목적이 아닌 질병 관리, 치료 목적의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하면서 수익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 통증 완화에 뛰어나

한편, 디지털 치료제는 만성질환, 신경정신과 질환 등 그동안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던 분야에 효과적이며, ‘행동 변화(Behavior Change)’를 통해 치료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이는 디지털 기술이 행동 변화 유도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행동 변화는 전통적인 치료제만으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이제는 디지털 치료제가 이를 보완해주는 차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렇듯 디지털 치료제는 전통적인 치료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기능하는 것이다.

분야별 디지털 치료제 주요기업과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출처: 바이오헬스, 2019
출처: 바이오헬스, 2019

한편, 디지털 치료제 분야는 애플리케이션이나 게임뿐만 아니라 가상현실 기술도 도입하고 있다. 가상현실은 최근 게임, 교육 등에 활용되고 있는 떠오르는 신기술로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가상현실 기술은 주로 정신 질환 분야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와 공포증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환자의 통증을 줄이는 진통제 역할도 하고 있다. 환자가 헤드셋을 쓰고 가상현실 세계에 몰입하게 되면 수술이나 질병 치료 등에서 느끼는 극심한 고통을 경감시키는 원리다.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진통 효과를 본격적으로 사업화한 회사는 미국 LA의 스타트업 ‘어플라이드VR’이다. 동사는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환자에게 진통 효과를 제공해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최소화시키는 데 공헌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어플라이드VR’은 소위 ‘가상현실 약국’을 지향하고 있다. 동사는 긴장 완화, 주위 돌리기, 만성 통증 완화 등에 효과가 있는 다양한 가상현실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대표 콘텐츠는 가상현실 슈팅 게임 ‘베어 블라스트’이다. 이 게임은 공을 발사해 곰을 맞추는 게임으로, ‘스노우 월드’와 유사한 방식이다. 2019년 8월, 슈피겔 교수팀은 ‘어플라이드VR’의 가상현실 콘텐츠가 가진 진통 효과를 증명하는 논문을 출판하기도 했다.

 

디지털 치료제 발전 위한 3가지 과제

한편,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점차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16년 기준 17.4억 달러(약 2조 1,513억 원)에서 연평균 20%씩 급성장해 2025년에 이르면 약 87억 달러(약 10조 7,862억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다시 말해 시장규모가 약 5배가량 커진다는 의미다.

디지털 치료제 질환별 시장규모 전망(2014년-2025년)

출처: 그랜드 뷰 리서치, 2017
출처: 그랜드 뷰 리서치, 2017

또한, 디지털 치료제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존에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던 만성질환 등에 혁신적인 효과가 있다. 이제는 디지털 치료제 산업의 성공적인 안착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때다. 따라서 정부 기관에서 규제를 완화해 업계 불확실성을 없애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인센티브를 조정하는 등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미국 FDA는 디지털 치료제가 하나의 규제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세계 각국 규제기관의 선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영향을 받아 국내 규제기관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데이터 3법 개정뿐만 아니라 올해 5월 1일에는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이 시행되었으며 현재는 시행규칙을 정하고 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치료제 허가를 위해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심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로 예전보다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편, 5월 18일~2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바이오 코리아 2020 행사에서 스마트 헬스 기업 웰트(Welt)의 강성지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 산업화를 위한 현황과 발전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디지털 치료제 발전을 위해 남은 과제를 크게 3가지로 꼽았다.

첫째, 디지털 치료제가 국가와 인종, 언어를 넘나들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강대표는 “만약 영어권이나 미국 의료시스템 안에서만 작동한다면 치료제의 성격을 잃는 것이다. 따라서 통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 디지털 헬스케어와 디지털 치료제를 구분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라고 했다.

둘째, 신약개발 과정에서 비용 효과 분석(cost-effective analysis)을 거치듯 디지털 치료제도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비용 효과성을 입증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바이오마커, 센서 등과 융합이 필요하다. 강대표는 “치료의 경과나 빈도, 강도를 조절하기 위해 어떻게 데이터를 연동할지가 디지털 치료제 업계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기술 알고리즘, 센서, 웨어러블, IoT와의 융합 등이 필요하다” 라고 언급했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 분야는 언론 등을 통해 공식화된 사례가 아직 없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발 빠르게 디지털 치료제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개발비를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디지털 역량을 충분히 융합하고 활용했을 때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게임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앞선 선진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새로운 산업의 등장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바이오타임즈=나지영 기자] jyna19@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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