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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유전자편집기술 활용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
美 FDA, 유전자편집기술 활용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
  • 나지영 기자
  • 승인 2020.05.08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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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CRISPR)에 기반한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
1시간 내 코로나19 진단 가능
비만, 암, 당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크리스퍼기술을 활용한 치료법 개발 중

[바이오타임즈]미국 식품의약국(FDA)은 7일(현지시각) 유전자편집기술인 크리스퍼(CRISPR)에 기반한 진단키트를 긴급사용승인(EUA, emergency use authorization)했다. 이 키트는 임신 진단키트처럼 가정에서도 코로나19의 감염 여부를 자가 진단할 수 있다. 진단 시간은 45분에서 1시간으로 기존의 다른 진단 방식과 비교하면 상당히 짧은 편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크리스퍼기술 적용 첫 사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연초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분석방법의 진단키트가 쏟아져 나온 가운데 이번 크리스퍼 진단키트 승인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긴급 용으로만 승인되었지만, 크리스퍼를 활용한 툴이 직접 환자에게 사용되는 최초의 인증 사례인 것이다.

바이오텍 기업인 Sherlock Bioscience가 개발한 이 기술은 환자의 샘플에서 바이러스 유전자 유무확인을 위해 하나의 분자만 사용된다. 지금까지 코로나 진단 키트의 표준으로 사용되던 RT-PCR 방식에 비해 굉장히 신속하며 조작 또한 간단해 POCT(현장검사)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승인으로 인해 여전히 매일 수십 만 건의 검사가 필요한 미국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하면 진단 과정에서 특정 유전자 배열만 골라내거나 아주 작은 유전자 정보까지 탐색할 수 있다. 유전자를 전달하면 형광 분자 신호가 생성되는 방식으로, 이 신호로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정보를 1시간 이내에 얻을 수 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가정에서도 눈금 여부를 통해 감염 진단이 가능하다.

또한, 크리스퍼 진단기술은 다른 편집기술에 비해 많은 요소들을 한꺼번에 진단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기술은 이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암을 치료하기 위한 면역 세포 변형 실험에 활용되고 있으며, 올해 3월부터는 코로나19를 발생시키는 바이러스인 SARS-CoV-2를 진단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유전자편집기술, 2023년 8조 370억 원 규모로 시장 전망

최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 기술을 활용한 의료 시장이 커지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탈렌(TALEN), 징크핑거(ZFN)에 이은 3세대 유전자편집기술로 Cas9 효소를 이용해 유전자를 정밀하게 절단할 수 있다. 크리스퍼란 '규칙적인 간격을 갖는 짧은 회문(回文) 구조 반복 단위의 배열'이라는 뜻으로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에서 머리글자를 따왔다.

3세대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 기술은 박테리아의 면역체계에서 유래한 DNA 절단효소로 특정 유전자를 없애거나 더할 수 있고, 다른 염기서열로 교체할 수 있다. 1세대 징크핑거와 2세대 탈렌과는 달리 복잡한 단백질 구조가 없고 DNA 절단 정도가 더욱 정교하다.

한편, 글로벌 유전자편집 시장은 2018년 36.2억 달러(약 4조 860억 원)에서 연평균 14.5%로 성장해 2023년 71.2억 달러(약 8조 370억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유전자편집 시장은 정부 및 민간 투자의 증가, 유전질환 발생 증가, 유전자편집기술의 놀라운 진보 및 유전자변형 작물 생산 증대와 같은 복합적인 추진 요소에 의해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크리스퍼 유전체 편집 시스템은 비교적 간단한 사용법과 기술 자체의 강력함으로 인해 기초 생물학 분야뿐만 아니라 의학적인 적용에까지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만과 암에서도 크리스퍼를 활용한 치료법 개발 중

비만은 전 세계 5억 명이 앓고 있으며 암, 심혈관계, 당뇨병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비만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보이는 FTO(fat mass and obesity-associated) 유전자의 변형이 발견되어 화제다. 크리스퍼 기술을 활용해 FTO 유전자를 실험 쥐에 편집한 후, 에너지가 축적되는 방향이 아닌 사용되는 방향으로 유전자 스위치를 조절하여 몸무게 증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유전자가 몸무게를 증가시키는 원인 중 하나인 것을 밝혀낼 수 있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세포의 에너지 대사 과정에 관여하는 또 다른 유전자들을 편집한다면 비만도 치료되어 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암은 흔히 유전적 돌연변이로 시작되며 암세포 내에 복잡한 전위, 돌연변이 등을 포함해 다양한 유전적 변형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암 초기라면 크리스퍼 시스템을 활용해 암 발생에 관여된 돌연변이 치료 타겟을 찾아낼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암의 특성 자체를 조절하기 위해 종양 유전자를 knock-out 하거나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4억 명 이상이 앓고 있다고 하는 만성질환 당뇨는 심장, 신장, 신경, 눈, 혈관 등 다양한 신체 조직에 악영향을 미쳐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퍼 기술을 활용하면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량을 낮추는 유전자 glucagon-like peptide-1 (GLP-1)를 편집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또한, 크리스퍼 기술은 바이러스 치료에도 활용되어 질 수 있다. 크리스퍼 시스템은 박테리아의 후천 면역 시스템에서 발견되어진 것으로, 바이러스 유전체 자체를 직접 분해함으로써,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hepatitis B 바이러스(HBV)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적용되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된 인구가 2억 5천만 명이 넘는 HBV는 간세포 암종(hepatocellular carcinoma)이라는 질병을 유발해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게 한다. 하지만 크리스퍼 기술을 활용하면 HBV가 감염된 Huh-7 세포에서 HBV 유전체를 분해할 수 있어 바이러스 생존에 필요한 코어 단백질과 표면 단백질의 생성을 막을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크리스퍼기술을 활용한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전임상 단계의 연구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고 있어 기대가 크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크리스퍼 진단 기술을 활용한 각종 질병 치료제 및 진단 기기 개발에 나선 기업들이 늘고 있다. Intellia Therapeutics는 Regeneron Pharmaceuticals과 협업해 유전자 편집 기술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중이다. 또한, 에디타스 메디신은 앨러간과 협업해 유전 질환인 레베르 선청성 흑암시 환자의 눈에 직접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주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중증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최대 5개 프로그램의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그밖에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UC버클리, UC샌프란시스코와 함께 유전체연구소(LGR)를 설립할 계획이며, 머크는 자사의 CRISPR-chrom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미국특허청(USPTO)에서 특허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퍼 기술과 관련해 FDA는 CRISPR Therapeutics 및 Vertex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겸상 적혈구 질환 및 베타 지중해 빈혈 치료에 관한 소규모 연구는 승인했지만, 이 기술을 이용한 대부분의 다른 적용 사례에 대해서는 안정성 등에 대한 이유로 승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향후 유전체에 가해질 오프타겟 효과에 의한 변형을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이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된다면, 실질적인 적용 단계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한적이긴 하나, 이번 FDA의 긴급사용승인이 이루어짐에 따라 실질적인 유전자 치료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해 본다.

[바이오타임즈=나지영 기자] jyna19@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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