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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텍 "무게 1/24, 검사시간 3배 늘린 심전도 홀터로 의료기기 시장 진출"
드림텍 "무게 1/24, 검사시간 3배 늘린 심전도 홀터로 의료기기 시장 진출"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9.12.0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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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영 드림텍 컨버전스 사업본부장이 경기도 분당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드림텍 제공)© 뉴스1

# 직장인 A씨(30)는 최근 가슴을 부여잡고 병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별다른 징후 없이 머리가 핑 돌더니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은 고장 난 것처럼 쿵쾅거렸다. 그는 '빈맥성 부정맥'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하지만 '24시간 가슴에 전극을 달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정밀검사를 포기했다. 제멋대로 발작하는 증세가 하루 안에 재발하리라는 보장도, 시간도 A씨에게는 없었다.

부정맥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몇 주에 한 번꼴로 발병하는 이상 심장박동 증세다. 병증이 나타난 순간 검사하지 않으면 진단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부정맥은 증세가 나타났다가 몇 분 만에 거짓말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부정맥이 '숨은 심장질환'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검사법도 까다롭다. 가슴에 최대 10개의 전극을 붙이고 꼬박 하루를 병상에 누워 증세가 나타나기만 기다려야 한다. 휴대용 심전도 검사기(Holter)가 있지만 5~7개의 전극을 달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벽돌 같은 기록장치도 들어야 한다. 이 고생을 해도 부정맥을 발견할 확률은 반반이다.

종합전자부품 전문기업 드림텍이 일상 속에서 간편하게 부정맥을 잡아내는 신개념 심전도(ECG) 홀터 '와이패치'(WiPatch)를 필두로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와이패치는 기존 홀터와 달리 손바닥 크기의 패치 한 장으로 부정맥을 80%까지 검출하는 혁신 의료기기다. 기존 휴대용 홀터(500g) 보다 무게는 24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면서 검사 시간은 3배로 늘렸다. 가슴에 주렁주렁 달아야 했던 전극이나 기록장치도 필요 없다. 패치에 내장된 모듈이 심장의 전기신호를 분석·저장하고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출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며 검사하면 된다.

드림텍의 헬스케어사업을 총괄하는 최대영 컨버전스 사업본부장은 와이패치를 "기존 홀터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던 '확장 심전도 홀터'(Extended ECG Holter)"라고 정의하면서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고 청사진을 그렸다.

1998년 창립한 드림텍은 스마트폰 인쇄회로기판(PBA)모듈, 지문인식센서 모듈, 차량용 LED모듈 등을 잇달아 개발하며 사세를 키운 종합전자부품 전문기업이다. 지난해 4336억원대 매출을 달성하고 올해 3월 유가증권시장(KOSPI)에 입성했다. 2016년 삼성전자의 핵심공급업체로 선정된 이후 업계 최초로 '갤럭시 폴드'에 지문인식센서 모듈을 공급하기도 했다.

최 본부장은 지난 6일 <뉴스1>과 만나 "내년 하반기까지 와이패치를 상용화하고 2021년에는 후속 확장 홀터인 '카디아솔로'(CardeaSOLO)를 선보일 것"이라고 의료기기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부정맥 환자 40만명 시대인데…24시간 전극 매달아도 검출률 50%↓

"와이패치는 단순히 '새로운 시장'의 등장 만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한국의 심장질환을 전례없이 획기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뜻이죠"

최 본부장은 '왜 심전도 홀터 사업이냐'는 질문에 대뜸 "우리나라의 연간 심장질환자 수가 몇 명인 줄 아느냐"고 되물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 수립한 '2018~2022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인구 10만명당 58.2명으로 전체 사망원인 2위를 기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중 부정맥 환자는 2010년 23만2547명에서 2017년 36만5461명으로 7년 새 57% 껑충 뛰었다.

심장질환자가 늘어나면서 사망률도 급증하고 있지만, 심혈관질환 예방 및 초기대응에 대한 인지율은 여전히 20%를 한참 밑돌고 있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심혈관질환에 무감한 셈이다.

심혈관질환 병세를 진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불감증'을 부추긴다. 부정맥의 대표 증상인 심방세동은 사람에 따라 하루에서 드물게는 몇 주, 몇 달 간격으로 불규칙적으로 나타난다. 한번 심방세동이 일어나면 심장이 분당 300~600회씩 빠르게 뛰면서 어지러움과 호흡곤란, 저혈압 등을 동반한다.

방치할 경우 뇌졸중이나 혈전색전증·중풍 등 위험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아무런 징후 없이 갑자기 증상이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기 일쑤여서 진단이 어렵다.

부쩍 늘어난 수요에 비해 턱없이 적은 홀터 공급량과 번거로운 검사법도 문제다. 최 본부장은 "고령화와 식습관 변화로 부정맥 환자가 많아지고 있지만 휴대용 홀터의 가격이 낮게는 15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으로 비싸기 때문에 충분히 많은 홀터를 보유한 병원은 거의 없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병상에 누워서 검사를 받기 어려운 환자는 24시간 휴대용 홀터를 처방받아야 하는데, 홀터가 몇 대 없다 보니 처방을 받고도 수개월을 기다리는 환자도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어렵사리 홀터를 처방받았더라도 부정맥을 제대로 발견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이야기다. 간헐적으로 발병하는 증세인 만큼 검사 기간이 길수록 발견율도 높아지기 마련이지만, 국내 휴대용 홀터는 단 하루 동안만 검사할 수 있을 뿐이다.

최 본부장은 "미국이나 인도, 유럽은 이미 '24시간 홀터'와 3일에서 최대 14일까지 연속으로 검사할 수 있는 '확장 홀터'로 시장이 이원화됐지만, 한국은 보험수가·의료기기법 등의 문제로 24시간 홀터만 사용되고 있다"며 "겨우 홀터를 쓰더라도 부정맥 검출률은 50%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내원 검사는 물론 휴대용 홀터를 통한 검사도 가슴에 전극을 붙이고 묵직한 기록장치를 달고 있어야 한다"며 "심전도 검사를 하려면 하루를 통째로 비워야 하는데, 현대인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대영 드림텍 컨버전스 사업본부장이 확장 심전도 홀터(Extended ECG Holter) '와이패치'(WiPatch)를 시연하고 있다. 와이패치는 기존 심전도 홀터와 달리 가슴에 붙이는 전극을 제거하고 무게를 23g으로 줄인 패치형 무선 홀터다. 부정맥 검출률은 최대 80%에 달한다.(드림텍 제공)© 뉴스1

 

 

◇전선 떼고 기간 3배 늘린 와이패치, 검출률 80%…내년 하반기 출시

"와이패치나 카디아솔로는 가슴에 패치를 붙이면 끝입니다. 무게도 20g대로 가볍고 전선도 없어서 편리하죠. 검사 기간도 와이패치는 3일, 카디아솔로는 7일로 늘렸습니다. 부정맥 검출률도 최대 96.6%에 달합니다"

와이패치의 등장은 심장질환자들에겐 '단비'와 같은 의료기기다. 드림텍은 지난 2015년부터 미국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 '라이프시그널스'(LifeSignals)와 함께 무선 심전도 확장 홀터인 와이패치를 공동 개발했다. 5년간 쏟아부은 투자금만 1000만달러(약 119억원)에 달한다.

와이패치는 기존 휴대형 홀터에서 전극을 제거하고 파스처럼 왼쪽 가슴에 붙이는 패치형으로 소형화했다. 무게도 24분의 1 수준인 21g으로 줄였지만 검사 기간은 3일로 대폭 늘렸다. 감염 우려를 낮추기 위해 반영구적으로 썼던 기기도 한번 쓰고 폐기하는 '일회용'으로 바꿨다.

최 본부장은 "와이패치는 심장에서 생성되는 전기신호 3개(3유도)를 감지해 착용자의 심장질환을 분석한다"며 "임상시험 결과 와이패치의 부정맥 검출률은 평균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와이패치의 최대 장점은 원격진료가 가능한 '무선 데이터 송출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사용자는 와이패치를 처방받아 3일간 사용한 뒤, 다시 병원에 내원할 필요 없이 데이터만 전송하고 폐기하면 된다.

최 본부장은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처(FDA) 승인을 받아 미국과 인도, 유럽에서 와이패치를 통한 원격진료를 상용화를 시작했다"며 "한국에서는 내년 중반쯤 식약처의 의료기기 승인을 받아 하반기에 첫선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 시장에는 와이패치의 무선기능을 원칙적으로 끈 상태로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아직 원격진료에 대한 의료법 개정 논의가 끝나지 않은 데다 보험수가도 정해지지 않아서다.

최 본부장은 "법과 규제, 보험수가 등이 정비되면 즉시 무선기능을 활성화하는 것만으로 원격진료 시대를 열 수 있게끔 기술적인 측면은 완성된 상태"라고 자신했다.

이어 "와이패치의 심장 전기신호 분석기능을 정밀검사 수준인 12유도(전극 10개)까지 높인 차기작도 내년부터 해외에서 출시할 예정"이라며 "한국에서 원격진료가 상용화되면 병원 내 '실시간 심전도 검사기'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와이패치에 이은 차기작 출시도 이미 예정됐다. 드림텍은 내년 하반기 와이패치를 먼저 상용화하고, 2021년에는 검사 기간을 7일로 늘린 '카디아솔로'를 잇달아 선보인다는 마케팅 전략을 짰다.

최 본부장은 "카디아솔로는 하나의 전기신호(1유도)를 감지하지만 검사기간이 와이패치보다 2배 이상 길기 때문에 최대 96.6%의 높은 부정맥 검출률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한 대학병원과 진행한 연구에서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우리나라 최정상급 대학병원들과 와이패치 납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귀띔하면서 "와이패치와 카디아솔로가 잇달아 국내에 상륙하면 단숨에 '확장 홀터'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대영 드림텍 컨버전스 사업본부장이 경기도 분당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드림텍은 2020년 하반기 첫 확장 심전도 홀터(Extended ECG Holter)인 '와이패치'(WiPatch)를 선보이며 국내 의료기기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 뉴스1

 

 

◇"중장기 목표는 '멀티 소스 원 유즈'…新 의료시장 선도할 것"

"드림텍 헬스케어사업의 비전은 하나의 간편한 기기에 모든 기술을 함축하는 '멀티 소스 원 유즈'(Multi Sources One Use)입니다. 그동안 실시간 측정이 불가능했던 '혈압'이 그 시작이죠"

최 본부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의 패치로 심전도, 혈압, 초음파, 보폭, 열량에 이르기까지 모든 '건강 지표'를 한 번에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기술의 혁신"이라며 그가 그리는 중장기 헬스케어 사업 구상을 풀어냈다.

이를 위해 드림텍은 와이패치와 카디아솔로를 공동 개발한 미국 라이프시그널스, 카디악인사이트 외에도 Δ센시프리(Sensifree) Δ펄스앤모어(PulseNMore) Δ엡실론(Epsilon) 등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스라엘 센서기술 스타트업인 '센시프리'는 광맥파 측정(Photoplethysmography·PPG) 센서로 수집한 데이터를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혈압 신호로 치환하는 '비침습식 연속 혈압측정 솔루션'을 개발했다.

혈압은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 생체신호이지만, 아직까지 혈압 신호를 실시간으로 잡아내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전신마취가 필요한 큰 수술에서나 환자의 동맥에 바늘을 찔러넣어 혈압 변화를 직접 관찰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최 본부장은 "환자의 혈압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은 의료계에서 어마어마한 혁신"이라며 "기술이 완성되면 심전도, 산소포화도(SpO2)와 함께 혈압까지 실시간 측정이 가능한 차기 패치를 생산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또 다른 글로벌 스타트업 '펄스앤모어'는 집에서 임산부 스스로 태아의 초음파 영상을 들여다보거나 심혈관질환자가 자가 진단이 가능한 '초음파 센서'를 개발했다. 클라우드 서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아도 의료진으로부터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다.

최 본부장은 "기존 휴대용 초음파 기기 대비 사용이 간편하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펄스앤모어의 초음파 센서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도 내년 중에 해외에서 먼저 출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프랑스 스타트업 '엡실론'은 보행, 운동, 활동분석이 가능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걸음수와 보폭, 속도는 물론 발목의 뒤틀림까지 감지해 알츠하이머, 파킨슨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이나 골격의 기형, 만성통증을 잡아낸다. 드림텍은 데이터가 쌓이면 병적 보행상태를 파악하는 지표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최 본부장은 "지금까지 드림텍 헬스케어사업은 기반을 다지기 위해 원천기술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투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혁신적인 신개념 의료기기를 시장에 선보일 시기가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문인식 모듈센서를 개발하던 드림텍이 왜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드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드림텍은 지난 22년간 독보적인 IT 원천기술을 쌓아온 회사입니다. 지금도 사내 연구개발(R&D) 인력의 60%가 새로운 의료기기 기술을 연구하고 있죠. 대한민국 의료기기산업의 신(新)시장 개척을 넘어 리더로 우뚝 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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